DATE | 2022/04/24 | GENRE | 드라마, 백스테이지 뮤지컬 |
RATING | ★4.7 | DIRECTOR | 윌리엄 H. 머시 |
ACTOR | 빌리 크루덥, 안톤 옐친 외 |
어쩌면 사랑만이 답인지 몰라.
〈비긴 어게인〉을 생각하고 봤다가 큰 코 다친 영화. 단순히 음악을 통한 만남과 치유, 성장을 그리는 클래식한 밴드 영화가 아니었다….
사실 초반부 전개는 정말 예측 가능한 범주로 나아간다. 총격 사건으로 아들을 잃고 삶을 아무렇게나 놓은 아버지가 우연히 아들이 작곡했던 노래를 부르고, 그 노래에 매혹된 젊은 청년을 만나 함께 밴드를 시작하면서 치유받고 성장한다. 동시에 아버지와 그 젊은 청년은 서로의 삶에서 부족했던 부자 관계가 되고…… 하지만 영화 중반부 이 흐름은 완전히 전복된다.
극작가 김은숙은 "근데 엄마, 내가 누굴 죽도록 때리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아님 죽도록 맞고 오면 더 가슴 아플 것 같아?" 라는 질문에서 〈더 글로리〉를 쓰기 시작했다고 한다. 나 또한 이런 질문을 받으면 쉽게 대답을 내놓지 못할 것 같다. 가해를 미화하는 게 아니고, 그들이 어떠한 이유에서든 피해자보다 나은 위치에 서서는 안 된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에 그렇다.
그냥 생각이 정말 많아진다… 진상을 알기 전까지 연주 장면들을 보고 진심으로 박수 치고 즐거워했던 나는 이 영화에 정말 보란듯이 걸려든 거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어쩐지 밴드 영화 치고 연주 장면을 좀체 끝까지 보여주지 않는다 싶더라니………
관객에게 즐거움과 전율을 주기 위해서라도 ost 하나쯤은 끝까지 부를 법 한데, 여러 번의 연주 장면을 거듭하는 동안 장면은 번번이 도중에 전환된다. 결국 중요한 건 그 ost 하나하나가 아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비긴 어게인〉, 〈싱 스트리트〉와 달리 그 노래 하나하나를 관객에게 불러주고 싶은 게 아니라, 그저 그 즐거움과 환호를 맛보게 해주고, 박수 치도록 하고, 그냥 그렇게 무지한 상태에서 조쉬의 음악들에 속절없이 빠져들게 한 다음에 진실을 깨닫게 해주려고……. 지독하다 지독해….
그렇게 해서 결국 끝까지 불러주는 유일한 곡은 엔딩의 4분 35초짜리 'Sing along'이고…….
영화 플롯이 정말 좋다. 연출도 정말 좋고. 초반부 샘의 상실을 표현하는 연출은 계속 기억에 남는다. 무엇보다 주연 배우의 연기도 좋아서, 정말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했다. 소재나 그것의 표현 방식에 대한 부분에서는 아무래도 조심스럽고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그걸 차치하고서도 플롯과 연출이 정말 좋았다… 좋아서 화가 난다(+)…….
엔딩도 정말 마음에 들어…….
난 이 영화가 좋다…….